트램은 1879년 독일 지멘스가 베를린 박람회에서 첫 선을 보인 뒤 1887년 미국에서 실용화된다.
그 후 세계 여러 도시에 도입돼 운행되는 부흥기를 거쳐 쇠락했다가 최근 다시 각광을 받기까지
1 00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우리나라의 트램 역사 역시 생각보다 오래 됐다. 한참 신문물이 도입되던 1898년 12월, 대한제국은
경성 전차를 서울 서대문~청량리 구간에 처음 개통하고, 4대문 안을 중심으로 연결했다.
비슷한 시기 부산에도 트램이 건설돼 운행\을 시작한다.
경성 전차는 1910년 이후 용산, 원효로, 왕십리, 노량진 등 서울 외곽으로 확장됐고,
1941년에는 창경원~돈암동 4거리까지 연장하기에 이른다. 1945년 광복 이후 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교통량이 급증하면서 1968년 노면 전차는 자취를 감추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노면전차가 사라진 뒤 50여 년 만에 대전에서 그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 오른 것은
큰 의미가 있다
트램은 다른 대중교통과 속도 경쟁을 하지 않는다
트램은 시내버스와 마찬가지로 도로 위를 달린다. 따라서 지하철 보다는 느리고,
시내버스 보다도 그다지 빠르지 않다. 시내버스 보다 빠른 트램으로 꼽히는 것은
트램의 성지라 불리는 프랑스의 스트라스부르, 독일 프라이부르크가 대표적이
다. 이 두 도시는 트램 건설을 위해 도시 계획까지 바꾸었다. 대전을 비롯해 트램
도입을 준비하고 있는 우리나라 도시들에게 준거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하다.
트램이 시내버스 보다 빠르기 위해서는 전용 선로와 전용 신호가 필수적이다. 그
런데 이 시스템을 도입하면 기존 시내버스와 차량을 이용하는 사람들과 갈등이
발생한다. 시내버스보다 수송량이 많기는 하지만 트램을 위해 일정 차로를 내주
고, 교차로에서 트램을 먼저 보내기 위한 전용 신호를 사용하게 되면 종래 차량
위주의 교통 정책에 익숙한 사람들은 혼란과 불만을 갖게 될 가능성이 높다.
시내버스는 트램과 같은 노선을 운행하지 않도록 조정해 그 간섭을 최소화할 수
있지만, 어떤 경우든 승용차는 그 영향을 직접 받을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자동
차를 이용해 비교적 쉽고 빠르게 목적지에 갈 수 있었다면, 트램 운행 이후에는
오히려 자동차를 이용하는 것이 더 불편할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은 트램을 도
입하는 경우, 현재 채택하고 있는 교통 정책을 새 판으로 짜야 한다는 것을 의미
한다.
트램은 슬로우 시티(Slow City)의 가장 적극적인 단계
현재의 도로가 만들어지기 오래 전부터 많은 사람이 오가는 발걸음을 따라 길이
만들어지고, 그 길 위를 소가 끄는 달구지와 마차가 지나다녔다.
길이 가진 이런 역사 때문인지 서구 유럽과 미국·캐나다 북미 지역에서 도로의 주인은 사람이다.
그러나운송수단의 발달에 따라 차량이 증가하면서 승용차가 마치 길의 주인인 양
인식하게 되었다. 사람이 다시도로의 주인이 되기 위한 가장 강력한 방법은 차량의
도심 진입을 억제하는 것이다.유럽과 북미 여러 나라의 도시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어려움 중의 하나가 도심 주차다. 우선 주차료 자체가 비싸다. 뉴욕 맨하탄의 경우
1개월 정기 주차료가 500달러가 넘는다. 우리 돈으로 한 달에 60만 원은
주차비로 쓸 각오를 해야 매일 도심에 차를 갖고 나올 수 있다는 말이다.
공공 기관의 무료 주차는 언감생심이다. 기자가 지난 해 캐나다
토론토 시청에 취재를 위해 방문했을 때 90분 가량의 주차비로 3만 원에 가
까운 돈을 내야만 했다.거기에 주정차 금지 구역의 폭이 넓다. 내 집 앞에
주차를 하는 것도 승인 받은 차량에 한해 지정된 시간에
만 가능하다. 많은 일방통행 도로에서는 좌회전을 하는 1차로와 우회전을 하는
마지막 차로는 거의 하루종일 주차는 물론 정차도 할 수 없다.
이러한 도심 교통 혼잡도를 줄이고, 다시 사람이 길의 주인으로
등극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교통체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해야 한다.
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바로 트램이다.
트램과 함께 보행자 전용지구가 반드시 도입되어야 한다
역사가 깊은 유럽 도시들은 역사문화 지구를 지정해 도심의 차량 통행
은 심야 시간에만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심야가 오기 전까지 도로와 길
의 주인은 사람이다.대전의 경우 옛 충남도청을 중심으로 해서 역사문화 지구를
지정하는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사람이 도로 위를 걷는 문화를 새롭게 만들어
야 트램이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지금처럼 도로 위에 사람과 자동차, 시내버스 등 모든 교통수단이 뒤섞
인 가운데 트램을 도입하게 된다면 모든 것을 조금씩 만족시키기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게 된다.
대전은 역사가 짧은 도시이기 때문에 마땅하게 내세울 자랑거리가 없다
는 말을 한다. 트램으로 열어갈 대전 도심교통의 역사는 보행자 중심 도
시로서의 비전과 더불어 세계가 주목할 수 있는 대전의 새로운 청사진
이다.
It's Daejeon 2017 01 21
기사최종편집일: 2024-12-24 12:2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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