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선진화법이 문제라고? - 한국도서관신문

최근 정부조직법의 통과와 관련하여 국회선진화법이 이슈가 되고 있다

대통령 취임식을 하고 한 달이 다 되어 가지만 여전히 장관 임명도 못하는 상황이며 정부조직도 완전히 갖춰져 있지 않은 상태다. 준비된 대통령이라며 자랑스럽게 선거활동을 하던 새누리당 참 모양새가 빠지는 일이 아닐 수가 없다. 현재 정치가 완전히 실종된 이유는 바로 정부조직법 개정안 때문이다. 대통령이 나서서 대국민담화를 통해 압박을 하기까지도 하였으나 여전히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이나 단 한 걸음도 양보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민주당은 부적격이라고 판단내린 김병관 국방부장관 임명을 몰아부치려고 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더욱더 강경하게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이렇게 대립하는 것은 그렇게 낯선 모습이 아니다. 그리고 새누리당은 언제나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머릿수를 바탕으로 수차례 날치기, 직권상정을 통하여 물리적으로 법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은 지난해 통과된 '국회선진화법'때문이다.

국회선진화법은 사실 선거때문에 만들어진 법이라고 볼 수 도있다.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를 들었던 18대 국회.18대 국회는 날치기, 직권상정, 몸싸움등 최악이었다. 이런 모습을 잘 알고 있는 국민들에게 쇄신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만든 것이 바로 이 국회선진화법이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새누리당은 이명박 정권의 실정과 더불어 부산 저축은행 사태, 수많은 공천비리까지 터져 나와 비상사태에 있었다.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어 당을 운영하였고. 총선은 물론이고 대선까지 무조건 질 수 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해 있었다.

이런 가운데 국회선진화법은 조금이마나 국민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만든 법이다. 현재 새누리당 대표인 황우여의원이 추진하고 여야의 뜻을 모아서 만들어진 법이다. 새누리당의 총선 핵심 공약이었으나 민주당도 이를 몰라라 할 수는 없었던 법안. 하지만 국회선진화법은 단독 법이 아니라 국회법 테두리 안에서 개정된 것이다.

즉, 국회선진화법의 내용을 담고 있는 조항들이 국회법이라는 전체 테두리 안에 들어가 있는 것이다. 2012년 4월 17일국회운영위원회에서 상정되어 5월 2일 본회의를 통과하였고 19대 국회부터 적용이 되었다.

국회선진화 법의 내용을 보면 여러가지가 있으나 그 중의 핵심은 단상 점거, 직권상정 요건 강화, 다수당에 의한 단독 법안 통과 방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중 다수당에 의한 단독 법안 통과 방지 조항때문에 현재 새누리당은과거처럼 밀어부치기를 할 수 없는 것이다. 국회선진화법에 따르면 여야가 대립하는 쟁점 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할 시 재적의원의 60% 이상이 찬성으로 의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국회의장 직권상정의 경우도 천재지변이나 국가 안보 위기같은 중대한 사안이나 여야가 합의한 사안들에 대해서만 처리할수 있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현재 새누리당의 의원수는 150 여명 정도로 단독상정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이 법을 새누리당이 다시금 뜯어 고치려고 하고 있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위헌 제청 여부를 외부 헌법학자들에게 의뢰해 검토에 들어갔다. 지난해엔 법안에 찬성했지만 지금와 보니 현실과 맞지않아서 문제를 제기하게 된 것."이라고 말한다.

어처구니가 없는 모습이다. 그리고 책임을 민주당으로 돌리고 있다. 민주통합당이 이 국회선진화법을 악용 안 했어도 이런 일이 없었을텐데 민주통합당때문에 위헌 여부를 판단하는 일까지 하게 되었다는 식이다.

새누리당과 이한구 원내대표는 이 국회선진화법의 위헌 여부를 알아보고 될 수 있으면 '위헌'으로 판결되게 만들어 국회선진화법을 무력화시키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그리고 그 명분은 본회의 의결 요건인 '과반 출석, 과반 찬성'이다.

자신들이 필요해서 만들어 놓은 법안을 또 자신들이 필요하니까 위헌으로 만들어 무력화시키려고 하는 이런 모습은 결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사실 국회선진화법은 새누리당에게 더 불리한 개정이다. 하지만 작년 분위기상 어쩔 수 없이 이를 추진할 수 밖에 없었다. 총선과 대선에서 모두 패할 수 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으로 가득차 있었던 새누리당에게 '쇄신'은 모든 행동의 기초이자 핵심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만든 것이 바로 국회선진화법이다.

새누리당은 총선에서 과반수 이상의 의석을 확보하며 전혀 기대하지 않은 성과를 올렸다. 그래서였을까 바로 이국회선진화법에 대한 말들이 새누리당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국회선진화법 개정안이 상정된 것은 총선이 끝난 후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고 우리 스스로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데 굳이 국회선진화법을 만들어야 하는가"

이런 새누리당의 일부 목소리에 반대한 사람이 바로 박근혜 대통령이다. 당시 박근혜 위원장은 총선이 아닌 청와대를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박근혜 위원장은 이 국회선진화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을 하였고 결국 상정되어 본회의를 통과한 것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자신들 마음대로 되지 않으니까 위헌을 명분삼아 무기력하게 만들려고 하는 것은 지나친 자가당착이고 국민의 비난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이 국회선진화법은 당과 당과의 첨예한 대립이 지속되면 법안의 처리는 불가능 하기때문에 '협상력'이라는 것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이나 민주통합당이나 협상력은 전혀 보이지 않고 지도부들의 무능함은 계속되고 있다. 이로 인해 국회는 파행을 거듭하고 있고 정부의 조직도 완전히 갖춰지지 않은 몰골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국회선진화법의 위헌 여부를 물어서 이 법안을 무기력화시키려는 행위는 입법부,행정부,사법부라고 하는 민주주의의 삼권분립을 입법부가 대놓고 사법부에 자신들의 권한과 위상을 넘겨주는 꼴이 된다. 정치가 입법부안에서 강력하게 움직이고 사법부의 지나친 권위도 감시하는 역할을 하지 못하고 사법부에 매달리는 식의 모습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말 그대로 코메디다.
국회의원은 한 사람 한 사람이 입법기관이다. 그리고 법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자신들의 필요에 의해서 만들었다가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니까 이를 무기력화시키려는 모습은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 모습이다.

자기가 무능력해서 협상을 못하는 것은 생각하지 않고 지난해 만든 개정안때문에 이렇다 정당때문에 그렇다 이런 식으로만 진행하고 있는 새누리당을 국민이 좋게 바라보지 않을 것이다. 국회선진화법이 없었다면 또 직권 상정해서 날치기 통과하려고 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