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관광객들이 두고 내린 수백만원 상당의 외화와 고가의 카메라를 주인에게 돌려준 택시기사 황천리씨(63·
사진)의 사연이 알려져 새해 벽두부터 훈훈함을 주고 있다.
2일 서울 중랑경찰서에 따르면 중국인 관광객 하가연씨(40)와 옹매연씨(27·여) 부부는 지난해 12월 29일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앞에서 택시에 가방을 놓고 내렸다. 가방 안에는 현금 7000위안(120만원 상당)과 고가의 카메라(캐논 EOS60D), 자녀를 포함한 하씨 가족의 여권이 들어있었다.
이들 부부는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가방을 두고 내렸음을 깨달았지만 속수무책이었다. 택시 번호도, 어느 회사 택시인지도 알지 못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서울 땅에서 분실물을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에 가까웠다. 중국대사관과 경찰에 연락해봤지만 부정적인 답변만 돌아올 뿐이었다.
자포자기 상태에 있던 하씨 부부에게 1일 오후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가방을 놓고 내렸던 택시기사 황씨가 직접 연락을 해온 것. 이들은 곧장 중랑경찰서로 향했고 오후 8시10분쯤 현금과 카메라, 여권이 고스란히 든 가방을 돌려받았다.
택시기사 황씨는 1일 오전 세차를 하기 위해 자동차 트렁크를 열었다가 하씨 부부의 가방을 발견했다. 사흘 전 한 호텔 앞에서 승객을 내려준 뒤 급히 올라탄 다른 승객을 태우고 가느라 가방을 내려주지 못한 일이 떠올랐다.
황씨는 서울 다산콜센터에 전화했지만 신고 접수된 건이 없었고 중국대사관은 휴일이라 연락을 받지 않았다. 황씨는 운전 중 우연히 하씨를 내려줬던 타임스퀘어가 떠올라 인근 호텔에 연락했고 마침내 하씨 부부와 연락이 닿았다.
황씨와 하씨 부부는 1월1일 새해 첫날 경찰서에서 다시 만났다. 그는 "가방을 열어보니 여권이 있더라. 중요한 거니 찾아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중국 돈도 있는 것 같던데 난 그게 얼만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황씨는 분실물을 찾아준 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32년간 택시기사 일을 하며 그가 주인을 찾아준 물건은 스마트폰부터 지갑, 목도리, 옷 등 100여개가 훌쩍 넘는다. 콜 손님들에게 전화가 오면 직접 갖다 주기도 하고 근처에 맡겨주기도 한다.
옹씨는 "서울에 온 첫날 현금과 여권을 모두 잃어버려 당황했다. 대사관과 경찰에 연락을 해봤지만 모두 찾기 힘들 거라고만 했다"며 "(물건을 찾아준 황씨는) 정말 좋은 사람이다. 한국에서 큰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박소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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